서행으로 천천히 지나가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직진·우회전 겸용 차로에서 빨간불에 완전히 멈췄다가 뒤차 경적을 연속으로 맞은 날, 제가 오히려 법을 어기고 있는 건지 순간 발이 브레이크 위에서 떨렸습니다. 그 날 이후 규정을 다시 찾아봤고, 2022년 7월에 이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는 사실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 단속 첫날 적발 사례, 규정을 몰라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경찰청은 2026년 4월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두 달간 전국에서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 차량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시행합니다. 단속 첫날인 4월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40분 동안 승용차 1대와 오토바이 2대가 적발됐고, 경기 고양시 문촌18단지 사거리에서는 오전 한 시간 만에 5대가 단속됐습니다.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즉시 부과됐습니다.
눈에 띈 장면은 단속된 운전자 중 한 명이 "서행이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항의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반응이 남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우회전 시 천천히 지나가면 문제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규정은 전혀 다릅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일시정지(一時停止)란 차량이 완전히 정지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행(徐行)과는 명확히 다른 개념으로, 서행은 즉시 정지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주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바퀴가 완전히 멈춰야 일시정지이고, 느리게 굴러가고 있다면 그건 서행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운전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현행 규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일 경우: 보행자 신호와 관계없이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서 반드시 일시정지
- 전방 차량 신호가 녹색일 경우: 보행자 신호가 녹색이고 보행자가 횡단 중이라면 마찬가지로 일시정지
- 보행자가 없더라도 전방 신호가 적색이면 무조건 일시정지 후 진행
이 규정이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강화됐다는 것을 저는 집중단속 소식을 보고 나서야 정확히 확인했습니다. 4년 가까이 규정이 존재했는데 현장에서 정착이 안 됐다는 건, 솔직히 단속 탓만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2. 핵심규정과 사망통계, 숫자가 태도를 바꿨습니다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75명입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49명의 약 2.9% 수준으로, 비율만 보면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6.3%인 반면, 우회전 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은 56%에 달합니다([출처: 경찰청](https://www.police.go.kr)). 우회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유독 보행자가 더 많이 희생된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를 부모님께 보여드렸습니다. 평소에 "사람 없으면 그냥 가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시던 분들이었는데, 숫자를 직접 확인하시고 나서는 "1~2초 더 멈추는 게 맞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설명보다 통계가 더 빠르게 태도를 바꾼다는 겁니다.
교통약자 보호 측면에서도 이 문제는 가볍지 않습니다. 교통약자(交通弱者)란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처럼 도로 이용 시 신체적·인지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우회전 사고 사망자 중 고령 보행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점은, 운전자가 "사람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하더라도 신중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시야 사각지대에서 고령자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편 2022년 규정 개정 이후 면허 필기시험 출제 기준 변경, 횡단보도 위치 조정 등 제도적 보완은 일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기존 면허 보유자에게는 이 변경 내용이 직접 전달되지 않습니다. 교통안전교육 의무화나 갱신 시 고지 등 별도 채널이 없다면, 오랜 면허 경력을 가진 운전자일수록 오히려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게 그 경우였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교통법규 준수율(遵守率)이란 실제 도로에서 규정대로 행동하는 운전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단속 강화는 단기적으로 준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규정 자체를 모르는 운전자에게는 교육 없는 단속이 억울한 적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찰청의 집중 단속 방침은 이해하지만, 도로 안내 표지 보강이나 캠페인 병행 없이는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봅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https://www.koroad.or.kr)).
이번 단속을 계기로 우회전 규정을 다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번에 다시 기준을 확인하고 나서 브레이크를 밟는 발에 훨씬 확신이 생겼습니다. 단속 걱정보다 보행자 한 명을 지킨다는 쪽으로 생각하면, 1~2초 멈추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집중 단속 기간이 아니어도 유효한 규정이라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교통법규 해석은 관련 기관에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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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421/133777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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